우리가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동전의 서늘한 감각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이제 우리의 하루는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소리 없이 깜빡이는 지지털 숫자로 증명되곤 합니다. 그 깜빡임 속에 단단히 묶여 있던 가상의 화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영국의 늙은 중앙은행이 그 무거운 빗장을 슬그머니 늦추려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1. 개인 2만 파운드의 한계, 그 숨 막히는 숫자의 테두리
영국 금융당국이 당초 계획했던 설계도는 무척 보수적이었습니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최대 2만 파운드, 기업은 1,000만 파운드로 꼭 쥐어짜듯 제한해 두었으니까요. 숫자가 삶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세워둔 방어벽이었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습니다. 디지털자산업계는 그것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라고 말했습니다.
사라 브리든 영국 중앙은행 금융안정담당 부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 족쇄를 풀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업계가 제출한 의견서를 진지하게 읽어보았노라고, 그 엄격한 보유 한도 대신 시장을 숨 쉬게 할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드럽게 말을 바꾼 것입니다.

2. 중앙은행 예치금 40%의 무게, 신뢰와 자율 사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가장 옥죄던 것은 '준비금의 최소 40%를 중앙은행에 무조건 맡기라'는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코인의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인질'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발행사들 입장에서는 자금을 유연하게 굴릴 수 없어 숨이 막히는 노릇이었습니다.
브리든 부총재는 이 부분 역시 '재검토'의 영역에 넣었습니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워둔 제도가 오히려 생태계의 활력을 죽이고 있다면, 그 비율과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선 것입니다. 전통 금융의 단단한 성벽 안으로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연착륙시키려는 노련한 밀당이 시작된 셈입니다.
규제라는 이름의 단단한 벽도, 결국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수한 손짓과 목소리에 의해 아주 조금씩 마모되고 모양을 바꿉니다. 영국 중앙은행이 검토하겠다는 그 대안들이 우리의 일상을 어떤 숫자의 풍경으로 바꾸어 놓을지, 가만히 지켜보게 됩니다. 결국 돈의 흐름이란, 우리들의 신뢰가 흘러가는 또 다른 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