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후의 메모
어머니가 처음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일단 넣어두는 거야'라고 말했다. 통장에 묶어두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듯이.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주식을 '일단 넣어두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오늘도 화면을 들여다본다.
오후에 잠깐 검색을 했다. 삼성전자, 지금 사도 될까. 검색창에 이 문장을 치는 순간 느끼는 묘한 민망함이 있다. 마치 누군가에게 '나 지금 행복한 걸까'를 물어보는 것 같은, 그 종류의 민망함.
기사들을 읽었다. 주가가 처음으로 30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어떤 증권사는 목표 주가로 50만 원을 제시했다.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를 거라는 말이다. HBM, 메모리, AI 수요, 공급 타이트. 낯선 단어들이 줄지어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해보다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현재 주가 수준
목표 주가 제시
시장점유율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건 알겠다. AI가 메모리를 많이 먹는다는 것도. 공장을 새로 짓는 데 2028년이 걸린다는 것도, 그 말인즉 당분간은 물건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는 것도. 그런데 묘하게도 그 사실들을 하나씩 이해할수록, 정작 '그래서 나는 지금 사야 하나'라는 질문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HBM 시장에서 뒤처져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따라잡으려면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에서 잠시 멈췄다. 숫자로 증명한다는 것. 사람도 기업도 결국 같은 과제를 안고 있구나 싶었다. 말이 아니라 실적으로,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변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지 공장을 지어야 할 수도 있다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AI 투자 열기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거품처럼 꺼질 수도 있다고. 좋은 이야기 뒤에는 늘 이런 문장들이 따라온다. 세상이 그렇게 생겼으니까.
| 구분 | 단기 시각 | 장기 시각 |
|---|---|---|
| 주가 매력도 | 이미 많이 올라 차익 실현 부담 |
아직 기회 있다는 평가 우세 |
| HBM 이슈 | SK하이닉스 대비 열세 지속 중 |
회복 시 강력한 반등 기대 |
| 전문가 시각 | 신중론 일부 존재 | 대체로 긍정적 |
| 리스크 | 관세·업황 변수 집중 부각 |
구조적 AI 수요로 희석 가능 |
한참을 읽다가 결국 앱을 닫았다. 결론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결론이라는 게 원래 이런 문제에서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주식을 산다는 건 미래를 향해 작은 배팅을 하는 일이고, 그 배팅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진다. 완벽한 타이밍은 지나간 다음에야 보인다.
어머니는 그 주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 오른 적도 있고 내린 적도 있었다. 중요한 건, 어머니가 그것 때문에 잠 못 든 밤이 별로 없었다는 거다. '일단 넣어두는 거야'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그거였을지도 모른다.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만 넣어두는 것.
오늘의 결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SK하이닉스,
삼성과 마이크론 사이에서
HBM 왕좌를 둘러싼 세 회사 이야기
반도체 투자를 처음 공부할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셋 다 메모리를 만든다. 셋 다 뉴스에 자주 나온다. 그런데 막상 "이 셋이 어떻게 다릅니까?"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오늘은 이 세 회사를 한 자리에 놓고 조용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 순간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SK하이닉스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엔비디아의 AI GPU에 들어가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통의 강자이고 마이크론은 무서운 추격자다. 그 사이에서 SK하이닉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이해하면, 지금 반도체 시장의 구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 항목 | SK하이닉스 | 삼성전자 | 마이크론 |
|---|---|---|---|
| 본사 | 한국 이천 | 한국 수원 | 미국 보이시 |
| 메모리 시장점유율 | DRAM 약 34%2위 | DRAM 약 40%1위 | DRAM 약 23% |
| HBM 지위 | HBM3E 선도엔비디아 납품 | HBM3E 승인 지연 중 | HBM3E 양산 추격 중 |
| HBM4 준비 | 2025년 하반기 양산 목표 | 2026년 양산 예정 | 2026년 이후 예정 |
| 주요 고객사 | 엔비디아, AMD, 구글 | AMD, 구글, 메타 | 마이크로소프트, AMD |
| 2025년 영업이익 (추정) | 약 23조원 이상 | 약 30조원 이상 (전체) | 약 $8~10B |
| 파운드리 사업 | 없음 (메모리 집중) | 삼성파운드리 운영 | 없음 (메모리 집중) |
| AI 수혜 직결도 | 최상 — HBM 직접 수혜 | 중간 — HBM 추격 중 | 상 — 점유율 빠르게 확대 |
이 표를 처음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있다. 삼성전자가 DRAM 1위인데 왜 SK하이닉스가 더 주목받느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지금 시장이 원하는 건 DRAM의 양이 아니라 HBM의 질이기 때문이다. AI GPU 하나에 들어가는 HBM의 단가는 일반 DRAM의 수십 배다. 엔비디아 H100 한 장에 80GB HBM이 들어가고, B200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그 HBM을 누가 만드느냐가 지금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결정한다.
엔비디아 납품 지위
DRAM 시장점유율
HBM 점유율 확대 중
삼성전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삼성이 HBM에서 뒤처진 것은 사실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전략적 우선순위의 문제였다는 분석이 많다. 파운드리에 집중하면서 HBM 투자가 늦어졌고, HBM3E의 엔비디아 퀄리파이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삼성이 HBM에서 다시 치고 올라오는 시점이 언제냐가 지금 반도체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마이크론은 또 다른 이야기다. 미국 기업이라는 지정학적 이점을 등에 업고 빠르게 HBM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 공격적인 설비 투자. 마이크론이 2년 전만 해도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의 추격 속도는 꽤 놀라운 수준이다.
리스크 — 삼성전자의 HBM 품질 승인, 마이크론의 점유율 확대. HBM에 매출 집중된 구조라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직격탄.
리스크 — HBM 품질 승인 지연, 파운드리 적자 지속.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는 평가.
리스크 — 여전히 HBM 기술력은 SK하이닉스·삼성 대비 후발주자. 공급망 구축에 시간 필요.
그렇다면 세 회사 중 어디가 더 낫냐는 질문은 사실 답하기 어렵다. 투자의 목적과 시간축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AI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은 SK하이닉스다. 긴 시간축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회복 가능성, 마이크론의 지정학적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세 회사 모두 AI 인프라라는 같은 파도를 타고 있지만, 파도 위에서 각자의 위치가 다르다.
나는 오늘도 결국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을 들여다보다 보니 세 회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이름 뒤에 있는 HBM 공장들, 삼성전자가 되찾으려는 왕좌, 마이크론이 조용히 채워가는 점유율. 반도체 시장은 넓고, 기회는 한 회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천천히 배우고 있다.
골드러시에서
삽을 파는 사람들
AI 반도체 수혜주를 들여다보다 — 엔비디아 뒤에 있는 이름들
미국 서부 골드러시 때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금을 캔 광부가 아니었다고 한다. 청바지를 판 리바이 스트라우스, 삽과 곡괭이를 판 장비 상인들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뭔가 허탈했다. 꿈을 좇아 서쪽으로 달려간 사람들보다, 그 꿈을 팔기 위한 도구를 판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더 많이 벌었다는 것이 어쩐지 세상의 이치처럼 들렸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다. 엔비디아가 주인공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공급한다. 그런데 그 뒤에는 더 작고, 덜 알려지고, 그러나 없으면 안 되는 회사들이 있다. 반도체를 테스트하는 소켓을 만드는 회사, 공정에서 쓰이는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 HBM을 쌓아 올리는 데 필요한 기계를 만드는 회사. 골드러시의 삽을 파는 사람들이다.
이런 회사들을 흔히 '소부장'이라고 부른다.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이다. 반도체 공장이 돌아가려면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을 늘릴수록, HBM 투자를 확대할수록, 그 수혜는 이 회사들로 흘러들어온다. 직접 금을 캐진 않지만, 금을 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사야 한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이 있다. 특정 기술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거나, 대체재가 없거나, 고객사가 바꾸기 어려운 공급망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은 한번 공정을 세팅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장비를 바꾸면 수율이 달라지고, 수율이 달라지면 돈이 새어나간다. 그래서 이 회사들의 고객사 이탈률은 낮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영업이익률 수준
매출 비중 (1Q26)
영업이익률 수준
물론 이 회사들도 완벽하지 않다.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건 칼날의 양면이다. 고객사가 잘 되면 같이 잘 되지만, 고객사의 투자가 줄거나 공정이 바뀌면 타격이 집중된다. HPSP의 경우 고압 어닐링 기술에서 경쟁자가 없다는 게 강점이지만, 그 경쟁자가 등장하는 날이 리스크의 시작이기도 하다. 특허 분쟁이나 기술 변화는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이 회사들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AI 인프라 투자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3년에서 5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구조적 흐름이다. 데이터센터는 계속 지어지고, HBM은 계속 더 고도화되고, 반도체 공정은 계속 더 미세해진다. 그 흐름이 지속되는 동안, 삽을 파는 사람들의 장사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엔비디아 뒤에 있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뒤에 있는 한미반도체, 그 뒤에 있는 수많은 이름들. 세계는 생각보다 긴 공급망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어딘가에 삽을 파는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다.
사이클이라는 말 —
반도체의 오르내림에 대하여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를 수도 있다
사이클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자전거를 떠올렸다.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멈추면 넘어진다. 반도체 업계에서 말하는 사이클은 조금 다르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가는 구간이 있고, 아무리 밟아도 제자리인 구간이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는 오래된 패턴이 있다. 호황이 오면 기업들은 공장을 짓는다. 공장이 완성될 때쯤에는 이미 공급이 넘쳐흐른다. 가격이 내려가고, 실적이 나빠지고, 투자가 멈춘다. 그러면 다시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오른다. 이 순환이 대략 2년마다 반복되어 왔다. 시장에서는 이것을 반도체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 패턴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사이클표를 꺼내 들고 지금을 맞춰보려 하면 자꾸 어긋난다. 2022년 하반기에 시작된 메모리 불황은 고통스러웠다.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무너졌다. 그런데 2024년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고, 2025년 후반부터는 역대급이라는 말이 기사마다 붙기 시작했다. 2026년 1월과 2월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00퍼센트를 넘어섰다.
AI가 이 사이클을 바꿔놓았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과거의 반도체 수요는 스마트폰이 몇 대 팔리느냐, 서버 투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 수요는 예측 가능했고, 그래서 사이클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AI는 다르다. AI 모델 하나가 쓰는 메모리의 양은, 스마트폰 수백만 대가 쓰는 것과 맞먹는다. 그리고 AI 모델은 계속 커지고 있다.
HBM이라는 물건이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 AI 반도체 안에 들어가는 특수 메모리다. 일반 D램보다 웨이퍼를 세 배나 더 소모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만드는 데 생산 능력을 쏟아붓다 보니, 일반 D램이 덩달아 부족해졌다. 공급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전체가 타이트해지는 구조다. BofA는 2026년 D램 가격이 40퍼센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
시장 성장률 예상
시장 규모 전망 (BofA)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HBM 공급 과잉으로 2026년 가격이 10퍼센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반도체 불황의 패턴을 되짚어보면 조정의 깊이와 지속 기간이 회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흐름이 보인다. 2015년 하강은 1년 안팎으로 끝났지만, 2022년 불황은 1년 이상 30퍼센트 가까이 밀렸다. 슈퍼사이클이 높이 올라갔다면, 언젠가 내려올 때의 충격도 그만큼 클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증권은 AI 수요가 역사적 반도체 사이클 패턴을 깨고 6년 연속 성장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례가 없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정말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아무도 이 끝을 본 적이 없다는 것.
나는 반도체를 잘 모른다. 웨이퍼가 어떻게 생겼는지, HBM이 일반 D램과 어디서 갈라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이클이라는 개념 자체는 알 것 같다. 계절처럼, 썰물과 밀물처럼, 오르내림이 있다는 것. 지금이 높은 곳이라면 언젠가 내려올 테고, 지금 내려가고 있다면 언젠가 다시 올라온다는 것. 반도체가 특별한 게 아니라,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그런 리듬 속에 있다.
다만 AI라는 변수가 그 리듬을 조금 바꿔놓고 있는 것 같다. 얼마나, 얼마 동안. 그건 아직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들이 지금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고, 그들도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나는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왜 삼성전자를
담는가
외국인 투자자의 손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풍경이 보인다
시장에는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모두가 팔 때 누군가는 조용히 산다. 혹은 반대로, 모두가 사려 할 때 누군가는 이미 충분히 담아두고 슬쩍 빠져나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다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나보다 무언가를 먼저 본 걸까, 아니면 그냥 크기가 커서 파장이 다른 걸까.
5월 초,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14퍼센트 넘게 올랐다. 외국인이 단 며칠 만에 7조 원어치를 순매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그들은 팔고 있었다. 24조 원어치를 5거래일 만에 던졌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무언가 끝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
왜 돌아왔을까. 여러 이유를 읽었다. 미국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 흐름이 한국 시장으로 번졌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원을 넘겼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56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와 영업이익 50조를 동시에 돌파했다는 말도 나왔다. 숫자들이 줄지어 나왔고, 나는 그것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숫자들을 외국인들은 얼마나 먼저 보았을까.
영업이익
영업이익 증가율
순매수 전환액
AI가 메모리를 먹는다. 이 단순한 문장이 요즘 반도체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짧은 요약이다.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토큰 사용량이 폭증하고, 그 폭증이 HBM 수요로 이어지고,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서 가격이 오른다. 새 메모리 공장은 2028년은 되어야 돌아간다. 그 사이 2년 넘는 시간 동안 물건은 부족하다. 외국인들은 이 구조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이라고 늘 옳은 건 아니다. 그들도 틀린다. 얼마 전 5거래일 동안 24조를 팔았던 것도 그들이다. 외국인을 하나의 주체로 단순화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미국계, 유럽계, 중동계 자금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움직인다. 어떤 자금은 차익 실현을 위해 팔고, 어떤 자금은 리밸런싱을 위해 산다. 같은 종목을 두고 같은 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눈길을 끄는 건, 그들이 가진 정보의 양과 분석의 깊이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리서치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더 오래 들여다본다. 그들이 7조 원을 산다는 건, 아무 이유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 눈에는 지금 가격이 싸 보인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선행 PER이 6배 수준이라는 분석도 읽었다. AI 관련주 중 가장 높은 이익과 수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비교 기준으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삼성전자는 아직 제값을 못 받고 있는 주식인 셈이다. 물론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아직 숫자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이 할인 요인으로 남아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미 HBM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다른 위치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외국인이 산다고 해서 내가 덩달아 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들이 틀릴 수도 있고, 그들이 사는 이유가 내 투자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건, 일종의 단서를 찾는 행위다. 완벽한 지도는 없지만, 발자국이라도 따라가 보는 것.
결국 투자는 불완전한 정보들 사이에서 하나의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외국인의 순매수는 그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운 단서. 오늘도 나는 그 발자국들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은 채 앱을 닫았다. 내일 다시 열어볼 것이다.
삼성전자를 살까 말까,
어떤 오후의 메모
주식 앱을 켜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닫았다
어머니가 처음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일단 넣어두는 거야'라고 말했다. 통장에 묶어두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듯이.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주식을 '일단 넣어두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오늘도 화면을 들여다본다.
오후에 잠깐 검색을 했다. 삼성전자, 지금 사도 될까. 검색창에 이 문장을 치는 순간 느끼는 묘한 민망함이 있다. 마치 누군가에게 '나 지금 행복한 걸까'를 물어보는 것 같은, 그 종류의 민망함.
기사들을 읽었다. 주가가 처음으로 30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어떤 증권사는 목표 주가로 50만 원을 제시했다.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를 거라는 말이다. HBM, 메모리, AI 수요, 공급 타이트. 낯선 단어들이 줄지어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해보다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건 알겠다. AI가 메모리를 많이 먹는다는 것도. 공장을 새로 짓는 데 2028년이 걸린다는 것도, 그 말인즉 당분간은 물건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는 것도. 그런데 묘하게도 그 사실들을 하나씩 이해할수록, 정작 '그래서 나는 지금 사야 하나'라는 질문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HBM 시장에서 뒤처져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따라잡으려면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에서 잠시 멈췄다. 숫자로 증명한다는 것. 사람도 기업도 결국 같은 과제를 안고 있구나 싶었다. 말이 아니라 실적으로,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변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지 공장을 지어야 할 수도 있다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AI 투자 열기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거품처럼 꺼질 수도 있다고. 좋은 이야기 뒤에는 늘 이런 문장들이 따라온다. 세상이 그렇게 생겼으니까.
한참을 읽다가 결국 앱을 닫았다. 결론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결론이라는 게 원래 이런 문제에서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주식을 산다는 건 미래를 향해 작은 배팅을 하는 일이고, 그 배팅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진다. 완벽한 타이밍은 지나간 다음에야 보인다.
그래도 내가 오늘 배운 것들을 정리해두자면. 삼성전자 주가는 30만 원을 막 넘겼고, 업황은 나쁘지 않고, 전문가들의 눈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단, HBM 경쟁에서의 회복이 관건이고, 거시 변수들은 항상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아직 기회가 있다고 말하고, 단기 차익을 노리기엔 이미 많이 올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머니는 그 주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 오른 적도 있고 내린 적도 있었다. 중요한 건, 어머니가 그것 때문에 잠 못 든 밤이 별로 없었다는 거다. '일단 넣어두는 거야'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그거였을지도 모른다.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만 넣어두는 것.
오늘의 결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화장 들뜸, 이제
완전히 해결하세요
올바른 제품 순서 하나로 하루 종일 밀착되는 메이크업 완성
화장이 들뜨는 진짜 원인
수분 부족
피부 속 수분이 부족하면 각질이 들뜨고 파운데이션이 고르게 밀착되지 않아요.
스킨케어-메이크업 불궁합
유분이 많은 크림 위에 바로 베이스를 올리면 미끄러지며 들뜹니다.
프라이머 생략
프라이머 없이 베이스를 바르면 피부 결 위에서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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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뜸 없는 메이크업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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