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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도시의 소음 끝에 걸린 투명한 서사들"
검은 마스크 위로 드러난 그의 눈동자는 평소 무대 위에서 뿜어내던 열기 대신 낯선 도시의 습기 같은 것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찾아오는 정적보다 더 서늘한 정적이 법정의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고 구두 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텅 빈 시간들이 하나둘씩 깨어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02일이라는 숫자는 누군가에게는 한 계절이 바뀌는 긴 호흡이었겠지만 그에게는 서류상의 공백으로만 남은 유령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성실이라는 단어가 박힌 명찰 대신 무단 결근이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붙은 채 보낸 그 시간들은 결국 관리자와의 은밀한 약속이라는 문장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공정의 무게추가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이름 앞에서 얼마나 가볍게 흔들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차가운 빗줄기를 맞는 것보다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제 그가 써 내려가야 할 다음 문장은 반성과 책임이라는 단어로 채워져야 하겠지만 이미 균열이 가버린 신뢰의 벽을 다시 세우기엔 102일의 부재가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