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도시의 소음 끝에 걸린 투명한 서사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가끔 거대한 바코드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선들의 높낮이를 읽으며 시대의 우울을 짐작하고 누군가는 그 틈새에 숨겨진 숫자의 합계를 계산합니다. 가수 옥주현이라는 이름이 한남동의 가장 육중한 건축물 중 하나인 한남더힐과 나란히 놓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190억이라는 숫자가 가진 서늘한 부피였습니다. 생애 첫 집이라는 수식어는 그 거대함 앞에서 오히려 가느다란 떨림처럼 느껴지며 자본이 쌓아 올린 견고한 성벽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그녀가 집을 사기 위해 치른 대가는 단순히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매각하고 모자란 금액을 대출로 메우며 한 시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에 안착하려는 그 모든 과정은 우리 시대가 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거래의 반대편에서 그 집을 내놓은 사람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하고 은밀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69억 원에 사들였던 집을 190억 원에 팔며 121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시세 차익을 남긴 이는 SPC그룹의 허희수 사장이었습니다.
돈은 공기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고이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 있습니다. 허 사장은 한남더힐을 판 자금을 쥐고 다시 이태원의 한 주택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205억 원을 주고 사들인 그 집이 원래는 그의 아버지인 허영인 회장의 소유였다는 점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했던 땅이 제삼자를 거쳐 다시 아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 순환의 과정은 자본이 흩어지지 않고 가문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증식시키고 보존하는지를 보여주는 투명한 사례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빵과 커피가 모여 누군가에게는 200억 대의 집을 사고파는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은 일상의 풍경을 조금은 낯설게 만듭니다. 옥주현의 '첫 집'이 주는 상징성과 재벌 3세의 '가족 자산 순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이 도시의 지도가 단순히 길과 건물이 아니라 돈의 욕망과 혈연의 결속으로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도시의 불빛은 공평하게 쏟아지는 듯 보이지만 그 불빛이 닿는 실내의 평당 가격은 누군가의 일생을 다 합쳐도 도달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감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이 모든 거래 기록들은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통계로 남겠지만 그 기록 사이사이에 깃든 인간의 표정과 숨소리는 오직 관찰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누군가는 성공의 정점에서 안식을 찾고 누군가는 자산의 영속성을 위해 정교한 설계를 이어가는 밤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 아래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억의 숫자들이 혈관처럼 흐르고 있으며 그 흐름은 우리가 깨어있을 때나 잠들었을 때나 멈추지 않고 도시의 온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보도 내용과 숫자의 기록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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